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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Roma, 2018) 주요내용 및 평가

by skybaby333 2024. 9. 9.

 

 

감독: 알폰소 쿠아론 (Alfonso Cuarón)

주연: 얄리차 아파리시오 (클레오 역), 마리나 데 타비라 (소피아 역)

주요내용

2018년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Roma)는 1970년대 멕시코시티의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흑백 드라마로, 가정부 클레오와 그녀가 일하는 중산층 가정의 일상과 갈등을 통해 멕시코 사회의 계층 문제와 여성의 삶을 심도 있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사회적 배경과 개인의 이야기가 긴밀하게 얽혀있는 서사 구조로 전개된다.

주인공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는 멕시코시티의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가정부이자 유모로, 주인집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그녀는 주인인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와 그녀의 네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주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지만, 여전히 가정부로서의 사회적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클레오의 개인적 시련

영화는 클레오가 개인적으로 겪는 여러 시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클레오는 그녀의 남자친구 페르민과 관계를 맺고 임신하게 되지만, 페르민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클레오는 혼자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며 점점 더 감정적, 육체적으로 지쳐가지만, 그녀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소피아의 가정과 더욱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한편, 소피아 역시 남편의 외도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은 가족을 떠나고, 소피아는 아이들과 함께 남겨지면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두 여성은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문제를 감내하며, 그들의 삶은 점차 얽히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

사회적 배경과 갈등

영화는 1970년대 멕시코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묘사한다. 영화 중반부에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인 "코르푸스 크리스티 학살 사건"이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이 사건은 1971년 멕시코시티에서 정부군이 학생 시위를 진압하며 다수의 학생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 장면에서 클레오가 출산을 앞두고 아기를 잃는 장면이 겹쳐지면서, 영화는 개인적 비극과 사회적 비극을 동시에 그려낸다.

이 시위 장면은 클레오가 페르민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페르민은 시위 진압에 참여하는 무장단체의 일원이 되어 있었고, 그와 클레오의 재회는 멕시코 사회의 불안정성과 계층 간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클레오가 겪는 개인적 고통과 그가 살아가는 사회의 불안정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시각적 미학

로마는 흑백 영상으로 촬영되었으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촬영을 맡아 그의 독특한 미학적 감각을 반영했다. 영화는 디테일한 일상 묘사와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크로 관객에게 현실감 있는 몰입을 제공한다. 특히 멕시코시티의 거리와 가정 내부를 촬영한 장면들은 사실적이고 아름다우며, 당시 멕시코 사회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쿠아론 감독은 긴 롱테이크를 활용하여 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동시에, 그들이 처한 환경과 사회적 배경을 시각적으로도 세밀하게 그려냈다. 또한 영화는 음향 디자인에서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여, 대사보다 환경 소음과 일상의 소리를 통해 현장감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관객이 클레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

로마는 개인적 삶과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다루며, 여성의 삶, 계층 간의 갈등,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클레오와 소피아는 각각의 사회적 위치와 배경에서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지만, 그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인간적 고통과 상실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두 여성이 처한 상황을 통해, 계층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연대와 공감을 강조한다.

또한 영화는 여성의 헌신과 희생을 주제로 다루며, 특히 가정부라는 사회적 역할 속에서 클레오가 느끼는 고립감과 내면적 갈등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클레오는 이 가족의 일원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한계를 느끼며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가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평가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2018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로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배급되며,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영화로 기록되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서, 멕시코 사회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 속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알폰소 쿠아론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경험과 감정을 탁월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로마는 현대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며, 그 깊이 있는 서사와 미학적 성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